우리 소중한 설이.
뱃속에 품고 있을 때부터 난 빨리 설이가 세상에 나와서 엄마랑 아빠랑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사람들은 뱃속에 있을 때가 좋을거다, 나오면 더 힘들거라고 했지만 사람들이 그러거나 말거나 난 더 힘들더라도 설이를 바깥 세상에서 실제로 보고 싶었던 마음이 컸거든.
임신 중에 정말 아무런 이벤트도 없고 건강하게 무럭무럭 잘 자라서
무려 4키로가 넘게 태어나서 정말 깜짝 놀랐는데 말야 ㅎㅎ
설이가 나오고 나서 병원에서 며칠 있다가 퇴원하고 엄마는 조리원에 가서 조리를 하고 있었어.
설이는 신생아실에서 조리원 썜들이 봐주셨구.
근데 엄마가 두통이 정말 심하더라고. 그래서 왜 그런지도 모르고 그냥 처방받은 타이레놀만 먹었는데 알고보니 혈압이 너무 높아져서 두통이 생긴 거였더라.
이렇게 심한적이 없어서 산부인과에서 신경과로 예약을 잡아주셨는데 예약 시간이 하필 다음날이라 그날 진료를 받지 못하고 왔어.
그리고 나서 그날 새벽에 자다가 결국 경련이랑 발작을 일으켰고 그 때 아빠가 옆에서 자고 있어서 엄마 발견해서 119 불러서 응급실에 가게 되었어.
정말 다행히도 설이는 조리원 썜들이 봐주신다고 해서 안전하게 있었구,
엄마는 기절했어서 처음에 깨어났을 때는 기억이 아예 없어서 설이가 누군지도 몰랐대..
그러다 나중에 기억이 돌아와서 내가 아픈것보다 설이를 못 본다는 사실이 너무 슬퍼서 계속 울었어.
알고보니 임신성 고혈압이 출산 후에 올 수도 있다고 하던데 자간증이라는 병이었대. 임신 중엔 정말 아무런 것도 없고 임신성 당뇨도 아니었는데 출산 후에 이렇게 올 수도 있다고 하더라구.
고혈압이 너무 높아져서 170~180까지 갔다던데 그걸 몸이 못 버티고 결국 기절한 것 같더라.
엄마도 나중에 아빠한테 얘기 다 듣고나서 오히려 아빠랑 가족들이 더 놀랐겠다 싶더라구..
근데 그 와중에 엄마는 아 진짜 설이 낳고 나서 나만 이렇게 되서 정말 다행이다 싶었어.
보통 내 목숨보다 소중한건 정말 없었었는데, 설이를 낳고 나서 목숨보다 소중한 존재가 있을 수 있구나 라는 걸 알게 됐어.
임신 전에 이런 자간증이 왔으면 태아도 위험할 수 있다고 하던데 이게 산모 3대 사망 원인 중에 하나라고도 하더라구.
그래서 설이 낳고 엄마만 아팠어서 정말 다행이야.
하지만 그렇다고 죽으면 안되겠더라, 왜냐면 설이랑 아빠랑 같이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고 싶으니깐 :)
그니까 엄마도 아빠도 건강 잘 챙기고 해서 설이 보살펴주고 끝까지 지켜줄게.
너무너무 사랑하고 엄마아빠한테 와줘서 고마워.